이때 엄선우가 입을 열고 말했다. “사모님, 저희가 가성섬에 온 걸 아직은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저희를 데리러 오신 분은 가성섬에 있는 저희의 스파이 입니다.” 신세희는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네 사람은 동시에 차에 탔고, 엄선우는 조수석에 앉았다. 부소경 신세희 그리고 신유리 세 사람은 뒷좌석에 앉았다. 차에 타자마자 작은 공주님은 신나서 가성섬 풍경을 구경했다. 가성섬은 작은 도시처럼 굉장히 협소한 땅이었지만, 이곳의 풍경은 매우 아름다웠고 날씨도 습하면서 따뜻했다. 이곳에 오자 공기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꼬마 아가씨가 환호성을 지르는 걸 보면서 신세희는 아예 신유리와 자리를 바꿔주었고, 신유리가 창가에 앉게 해주었다. 그래야 그녀가 편하게 창밖 풍경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앞에 있던 기사는 운전을 하면서, 부소경과 신세희에게 이곳의 상황을 보고했다. “도련님, 사모님, 어제 서울에서 구성훈이 이미 반 씨 가문에 지원한 무기들이 모두 다 도착했다고 들었습니다.” 기사가 그렇게 말하는 걸 들으면서, 신세희는 놀라서 부소경을 보았다. “구, 구성훈이 또… 반씨 가문에 무기를 준 거예요?” 부소경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는 팔로 신세희를 감싼 뒤, 낮은 목소리로 기사에게 물었다. “이쪽에선 이미 창고 안에 다 넣어둔 거죠?” 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이미 전부 다 창고에 넣어뒀습니다. 확실하게요.” 신세희는 부소경을 보며 말했다. “무… 무슨 상황이에요?” 부소경은 아끼는 듯한 눈빛으로 신세희를 보며 미묘하게 말했다. “물어보지 말아야 할 것들은 물어보지 마.” 신세희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안 물어볼 게요 여보! 난 그저 나랑 유리랑 우리 가족 다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요. 그게 어느 위험한 곳이든 우리 셋이 같이 있기만 하면 돼요.” 말이 끝나고 신세희는 머리를 부소경 어깨에 기대었다. 안정적이고 행복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하지만 오늘 보니 기사님은 정말 그 소문들을 믿는 것 같았다. 가성섬으로 도망쳐온 임지강,임서아,허영네 가족은 만나는 사람에게마다 대표 부인이 여우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녔고 그런 그녀가 대표님 옆에 와서 영혼을 쏙 빼놓았기에 자신이 대표님의 진정한 약혼녀였지만 그 여우에게 남편을 빼앗겼다고 얘기했다. 매번 임서아가 이런 얘기를 할 때마다 가성섬에 거주하고 있던 부하들은 웃음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대표님네는 이미 대여섯 살 되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고작 약혼녀였던 게 뭐가 그렇게 대단할까, 어떻게 하면 이야기가 약혼남을 빼앗긴 걸로 되는걸까. 하지만 이 가성섬에서는 임서아네 가족에게 이 일을 따지고 드는 사람이 없었다. 누가 그들이 군주의 환대를 받을 줄 알았겠는가. 임서아는 아무리 봐도 신세희만큼 예쁘지도 않았고 그녀만큼 부소경과 어울리지도 않았다. “저기… 대표님.” 그의 시선이 자꾸 느껴지자 기사님은 주동적으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지금 임지강과 임서아네 가족은 이미 군주님의 서원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요즘에 반호경 군주님께서 임서아씨와 반호영씨를 맺어주실 생각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반군주님께서는 이걸 강자끼리의 연합이라고 얘기하더군요.” “허!” 조수석에서 엄선우가 코웃음을 쳤다. 부소경은 여전히 동요하지 않았다. 기사님은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여기에 온 목적도 그들과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니까요. 저흰 그저 저희의 일을 다 처리한 후 여기의 무기를 높은 가격으로 파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들이 하는 얘기를 신세희는 알아듣지 못했다. 이건 모두 엄청난 일들이었기에 신세희가 개입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그저 부소경의 어깨에 기대 자신의 딸을 바라볼 뿐이었다. 딸의 시선을 따라가자 밖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의 풍경은 퍽 괜찮았다. 오죽하면 당시 반호영이 가성섬은 경치가 매우 좋으니 자신을 따라서 섬에 오면 무조건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을까. 현재 그녀는 정말 가성섬에 왔
신세희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차로 몸을 날려 유리를 껴안았다. “유리야, 엄마 여기 있어. 무서워하지 마.” 그리고 몸을 돌렸을 때 차 문은 이미 닫힌 상태였다. 신세희:“…”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옆에는 검은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앉아있었는데 그에게서 은은한 꽃향기가 났다. “뭐… 뭐 하려는거예요?” 신세희는 너무 놀라 심장이 내려 앉는 것 같았지만 품에 유리를 꼭 끌어안은 채 매섭게 그를 노려봤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않았다. 유리는 엄마 품에 안긴 채 겁에 질려 울음이 날것 같았으나 꾹 참고 눈앞의 남자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 나쁜 놈! 나랑 엄마를 놔줘, 아니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허!” 그 남자는 차갑게 미소 지었다. 그는 목소리가 크지 않았는데 그 목소리가 신세희로 하여금 의심이 가게 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듯이 물었다. “당신… 반호영?”반호영은 멈칫하더니 곧이어 선글라스를 벗고 온화한 표정으로 신세희를 바라봤다. “세희 씨, 드디어 왔네.” 신세희:“…” 그녀는 놀라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누구를 탓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이었다. 부소경은 큰소리를 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여기에 위험이 없다고 하는 건 이미 여기를 다 정리해놨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건 무슨 상황인 걸까? 어쩌면 차에서 내리자마자 반호영을 만날 수 있는 거지? 신세희는 부소경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호영은 한숨을 쉬었다. “사실… 나도 생각지도 못했어.” “뭐라고?” “난 그냥 산책하러 나왔을 뿐이거든.” 반호영의 말투에는 숨길 수 없는 지긋지긋함이 묻어있었다. “숨이라도 돌리러 나오지 않으면 살인이라도 저지를뻔했어. 그래서 기사님 보고 아무 데나 가달라고 했더니 여기로 온 거야. 여기에 세워놓은지 한참 됐어.” 신세희:“…” “근데 한창 답답할 때 앞에서 꼬맹이 하나가 달려올 줄은 누가 알았겠어? 세희 씨, 우린 인연인가 봐. 처음 이 꼬맹이를 봤을 때 얼마
이건 정말 굴러들어 온 떡이 아니겠는가! 반호영이 이러한 생각에 취해있을 때 통통한 작은 주먹 하나가 그의 눈을 쳤다. “윽…” 반호영은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힘 있는 그 주먹이 또 왼쪽 눈을 내리쳤다. “윽…” 신세희:“…” 그녀는 조마조마 해하며 딸을 바라봤다. “유리야, 이분은 너네 아빠가 아니야. 함부로 대하지 마. 그만해. 들었지?” 그녀는 반호영이 화가 나 유리를 차에서 밀어내려 버릴 것만 같았다. 만약 그렇다면 신세희는 반호영을 물어서라도 죽여버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혼이 나서 말을 들을 줄 알았던 유리는 오히려 더욱 용감해졌다. 유리는 위험한 상황에 조금 무섭더라도 엄마를 지키려는 마음이 강했기에 두려워하지 않았다. 유리는 울음을 참아가며 반호영에게 소리쳤다. “나쁜 놈! 넌 나쁜 놈이야! 지금 판다 눈을 하고 있어도 다 보이는 거 알아! 내가 무섭지 않겠지만 잘 들어! 우리 아빠가 바로 차 뒤에 있어! 우리 엄마 때리면 아빠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흥!” “유리야, 아빠 얘기하지 마 제발.” 신세희는 절망스러웠다. 아직까지는 신세희와 유리만 반호영에게 발각된 상태였고 부소경은 발각되지 않았으나 이제 딸의 한마디에 부소경도 들키고 말았다. 신세희는 유리를 한대 때리고 싶었다. 하지만 무서워하면서도 굳건한 그 눈빛을 보자 뭐라고 하지도 못했다. 그저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침착하게 얘기했다. “반호영씨, 하나만 부탁할게.” “세희 씨, 부탁할 필요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가 됐던 다 해줄 테니까.” 반호영은 따뜻한 눈빛으로 신세희를 바라봤다. “나랑 우리 남편 그리고 딸까지 함께 죽게 해줘.” “안돼!” 반호영은 버럭 소리쳤다. 유리는 흠칫 놀라 엄마 품을 파고들었다. 반호영은 더 이상 얘기를 하지 않았다. 신세희도 더 이상 물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금 이곳은 가성섬이다. 반호영의 구역이라는 말이다. 신세희는 무엇도 할 수가 없었다. 혹시 불
신세희가 고개를 들자 임서아가 보였다. 오래 못본 동안 임서아는 무척 초췌해졌다. 피부는 누랬고 피를 다 빨린 강시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광기만은 예전과 같았다. “신세희, 상상도 못했지? 결국 내 손안에 들어올 줄? 하하하!” 임서아는 교만하게 웃었다. 신세희는 매우 침착했다. 그녀는 늘 이랬다. 위험한 상황일수록 더욱 차분했다. 그녀는 유리의 귀에 대고 말았다. “아가, 엄마가 저 여자 다리를 잡고 눌러둘 테니까 도망쳐, 도망칠 수 있는 만큼 멀리 가, 아까 들어올 때 길 기억나지?” 이건 모녀가 암묵적으로 약속한 일이었다. 전에 부소경을 따라 부 씨네 저택에 갈 때도 신세희는 딸에게 상황이 안 좋으면 도망가라고 했었다. 하지만 전제는 들어올 때 길을 꼭 기억해 두는 것이었다. 유리도 신세희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기억했어 엄마.” “그래.” 신세희는 천천히 일어나 아무 말도 없이 임서아를 바라보기만 했다. 임서아는 더욱 득의양양해졌다. “어때, 신세희? 너무 놀랐지? 가성섬에 오자마자 우리 오빠한테 잡혀 여기로 오게될 줄 몰랐지? 넌 네 남편 부소경이 못하는 게 없는 줄 알아? 가성섬까지 공략하려고? 어림도 없지.” “유리야, 움직이지 마. 입구를 막고 있는 걸 보면 경계를 풀지 않았어. 움직이지 마 알겠지?” 신세희는 낮은 목소리로 유리에게 알려줬다. “응.” 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임서아는 두 모녀가 서로 안고 두려워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니 더욱 자신만만해졌다. 이렇게 돌고 돌아 신세희가 또 이 임서아 손에 들어왔으니 이젠 날개를 꽂아줘도 날지 못하는 신세 아니겠는가. 여기까지 생각하자 임서아는 너무 득의양양해졌다. “신세희, 넌 아직 모르겠구나. 네 남편이 그렇게 교만한 건 구경민이랑 친하기 때문이야. 근데 우리 할아버지도 구경민네 둘째 삼촌이랑 사이가 좋아. 예전에 구경민 삼촌이 부소경 편은 아니었지만 가성섬의 편을 들어주지도 않았었어.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 구경민 삼촌 구성훈, 그
“머리를 팝콘으로 만들어버릴 거야. 이 나쁜 사람. 때려! 때려!” 아이는 때리면서 울었다. 임서아는 어른이었으나 방금 너무 경계를 풀고 있었다. 그녀는 바닥에 엎드려서 몸을 돌릴 수가 없었을뿐더러 유리가 몸 위에 올라타있으니 더욱 움직이기 힘들었다. 또 유리가 손에 들고 있는 곰돌이 눈알이 매우 딱딱했기에 맞으면 너무 아팠다. 임서아는 아파서 방어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유리가 때릴 때마다 그녀는 손으로 머리를 가릴 뿐 반격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유리는 더욱 신이 나서 때렸다. 임서아의 머리에는 혹이 가득 생겼다. 그녀는 너무 아파 빌기 시작했다. “그만 때려...” 그녀는 울면서 빌었고 빌 때마다 고개를 드는 모습에 유리는 또 다른 때릴 곳을 찾았다. 그리고 다음번에 고개를 들 때 대여섯 번 임서아의 이마를 내리쳤다. “윽...” 임서아는 아파서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이마에는 순식간에 혹이 가득 생겼다. 신세희: “...” 신세희는 멍하니 지켜봤다. 심장이 내려앉았다.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가, 빨리 도망가라고 했음에도 매번 엄마를 지키겠다고 무서워도 달려나간다. 신세희는 눈물이 났지만 딸에게 맞아 피멍이 잔뜩 생긴 임서아를 보자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옆에 서있던 가정부들조차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들도 임서아를 도와주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었다. 임서아는 군주 저택의 존경받는 손님이었다. 군주이신 반호경도 임 씨네 집안을 존경했으나 반호영은 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평소에 임 씨네가 여기에 와서 앉아있는 것조차도 동의하지 않았다. 그런데 방금 이 사모님과 공주님을 친히 데리고 오시고 모시라고 분부하셨으니 가정부들은 신세희와 유리가 반호영의 손님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오히려 임서아가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들은 말리지 않았다. 그렇게 여섯 살짜리 어린아이는 임서아를 미친 듯이 때렸고 임서아는 여기저기 손으로 막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계속 유리보다 한 박자 늦었다. 임서아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 뿐이었다.
신세희와 유리는 동시에 의아해하며 입구의 도도한 어린 소녀를 바라봤다. 소녀는 대략 17살쯤 되여보였는데 교만하고 도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리는 엄마를 한번 보더니 말했다. “엄마, 우리 진짜 재수 없다. 방금 나쁜 여자 하나 물리쳤더니 한 명이 더 왔어.” “유리야, 얘기하지 마!” 신세희는 유리를 째려봤다. 그러고는 눈앞의 도도하지만 별로 예쁘지는 않은 소녀를 바라봤다. “내가 틀린 게 아니라면 여기 군주님이신 반호경씨 딸 반명선이죠?” “어떻게 아셨죠?” 반명선은 심문하는듯한 어조로 물었다. “두 분은 누구신데 저희 집에 계시고 폭행도 하시는 거죠? 새로 온 가정부인데 규칙을 잘 몰라 사람을 보자마자 팬 건가요?” “너나 가정부다 이 못생긴 여자야. 거울 안 보니? 콧구멍이 하늘을 찌를 것 같은데 고개를 쳐들고 우리랑 얘기해?” 유리는 이 소녀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임서아 그 못된 여자도 제압했는데 이 어린애를 제압하지 못할까. 유리는 이렇게 생각하며 자신도 어린애라는 걸 잊은 듯했다. 유리를 안고 있는 신세희는 심장이 덜컹했다. 오늘 자신과 딸은 무조건 죽겠구나 싶었다. 그녀는 이미 지니고 있던 휴대폰을 꺼놨다. 부소경이 자신을 찾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부소경도 죽는 걸 바라지 않았다. 그녀는 딸을 꽉 안은채 전혀 두렵지 않은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속으로 혹시 이 아이가 유리를 때리기라도 한다면 이 아이의 목을 단숨에 물어버릴 거라 생각했다. 단숨에 목숨을 뺏을 것이다. 아니면 시간이 없다. 뒤에는 엎드려있는 임서아가 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유리가 반명선을 욕할 때 임서아는 이미 일어났다. 하지만 임서아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머리를 감싸 쥔 채 비틀거리며 문쪽을 향해 말했다. “명선 공주, 저 둘 다 나쁜 놈들이야. 남성에서 온 것들. 저 애는 부소경네 애고 저 여자는 부소경 아내야. 부소경이 누군지 알지? 네 아버지의 가장 큰 적이잖아.” 반명선: “...” 소
그게 아니었다면 여긴 그저 인구가 백만도 안되는 작은 섬일 뿐이었다. 대포 한방이면 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었다. 할아버지가 예전의 부하들에게 여기로 무기와 물자들을 운반하라고 분부한 다음부터 임서아와 그녀의 부모들이 이 섬에서의 지위도 매우 높아졌다. 오죽하면 가성섬의 군주조차 임 씨네 집안 눈치를 볼까. 가성섬에서 그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 사람은 둘뿐이었다. 반호영과 반호경의 딸 반명선. 반명선은 차갑게 웃으며 임서아를 바라보았다. “믿어요. 우리 아빠더러 날 때리라 한다면 그 무기들 때문에 당신 말을 들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 아빠가 당신을 알아보긴 할까요? 지금 피에로보다 못생겨서 알아보지도 못할걸요? 너무 못생겼어 하하하. 안되겠다 사진이라도 찍어야지.” 그러고는 반명선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임서아를 여러 각도에서 찍기 시작했다. “반명선, 그만 찍어!” 임서아가 이리저리 피하면 반명선은 따라다니며 찍었다. 이때 신세희와 유리는 서로를 쳐다봤다. 도망쳐야 한다! 모녀는 약속한 듯 밖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도망가려고? 어림도 없지!” 문밖으로 나서지도 못했는데 또 두 사람이 들어왔다. 신세희는 그들을 보자 심장이 덜컹했다. 임서아의 부모님 임지강과 허영이었다. “네가 드디어 왔구나. 죽으러 온 거야?” 임지강이 신세희를 무섭게 쳐다봤다. 신세희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시선으로 임지강을 바라봤다. “저희 엄마는요!” “뭔 헛소리야!” 신세희가 차갑게 웃었다. “이번 생에 저희 엄마를 찾게 된다면 괜찮지만 만약 못 찾는다면 당신 살가죽을 다 벗겨버릴 거예요.” “서아야, 우리 딸 어쩌다... 누가 이렇게 때렸어.” 이때 허영이 멍투성이인 딸을 발견했다. “흑... 엄마...” 임서아는 엄마를 보더니 더 이상 반명선을 피하지 않고 엄마 뒤에 숨어서 말했다. “엄마 빨리 얘 멈추라고 해줘. 자꾸 나 찍어.” 허영이 가소롭다는 듯 반명선을 바라봤다. “그만해, 이 못된 계집애야.” 반명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